동국대 총동창회
 
 
 

범 종 (조지훈)

최고관리자 | 2018.03.16 12:02 | 조회 1018

    범 종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조 지 훈


무르익는 과실이

가지에서 절로 떨어지듯이 종소리는

허공에서 떨어진다. 떨어진 그 자리에서

종소리는 터져서 빛이 되고 향기가 되고

다시 엉기고 맴돌아

귓가에 가슴속에 메아리치며 종소리는

웅 웅 웅 웅 웅……

삼십삼천을 날아오른다 아득한 것.

종소리 우에 꽃방석을

깔고 앉아 웃음짓는 사람아

죽은 자가 깨어 말하는 시간

산 자는 죽음의 신비에 젖은

이 텡하니 비인 새벽의

공간을

조용히 흔드는

종소리

너 향기로운

과실이여!



조지훈(1920-1968) 청록파 시인

1939년 모교 전신 혜화전문 입학

동국대 강사, 고려대 교수 역임